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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번째 달(September)은 밀려 나지 않았다
    몸젠의 로마사 2020. 7. 25. 04:51

    "로마의 한 해는 봄에 시작된다. 첫 번째 달은 유일하게 신의 이름을 붙여 마르스 신(Martius)을 가리키며, 다음 세 개는 새싹(aprilis), 성장(maius), 번영(iunius)을 가리키며, 다섯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는 서수(quinctilis, sextilis,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를, 열한 번째는 시작(ianuarius)을 가리키는데, 이는 아마도 한겨울 농한기 이후 밭갈이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며, 열두 번째는 보통 1년의 마지막으로 정화(februarius)를 의미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노동의 달'(mercedonius)이 윤년의 열두 번째 달 이후, 그해의 끝에 추가되었다."

     

    "한 매월의 '4분의 1' 날을 31일이 한 달인 경우에는 제7일, 29일이 한 달인 경우에는 제5일에 두었고, 보름은 31일인 달은 제15일에, 29일인 달은 제13일에 두었다. 따라서 이렇게 확립된 매월의 체계에서 이제 초승달과 매월의 '4분의 1' 날 사이의 날수를 선포할 필요가 생겼으며, 초승달이 뜨는 첫째 날의 이름을 선포의 날(kalendae)이라고 했다."

     

    테오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제1책 (한국어판 제1권), 제14장〈측량과 문자〉, 세번째 절 '희랍의 영향을 받기 전 이탈리아 역법'.

     

     

    로마는 3월이 첫번째 달

     

    위의 인용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에서 사용하는 달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특기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원래는 '3월'이 첫 번째 달이었다. 둘째, '7월'이 두 번 밀려서 오늘날의 '9월'인 'September'가 된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9월'이 일곱 번째 달이었다.

     

    우리가 '3월'이라고 생각하는 달의 명칭, 영어의 'March'와 독일어의 'März', 이탈리아어의 'Marzo' 등은 고대 로마인들에게는 첫 번째 달이었던 'Maritius'에서 왔다. 이 단어는 라틴어에서 '마르스 신에게 속하는 것'을 나타내는 형용사 'mārtius'를 고유명사로 쓰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4월, 5월, 6월'에 해당하는 명칭은 고대 로마인들에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달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9월, 10월, 11월, 12월'에 해당하는 명칭은 라틴어에서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열 번째를 의미하는 서수(septemberoctobernovemberdecember)에서 온 것이다.

     

     

    September가 두 번 밀려서 9월이 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Iulius Caesar)와 그의 양자가 된 옥타비아누스(Gaius Octavius)가 각각 자신의 이름을 일곱 번째, 여덟 번째 달의 위치에 넣으면서 기존에 일곱번째 달이었던 'September'가 9월로 밀려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9월(September)은 고대 로마인들에게 일곱 번째 달이었고, 카이사르로 인해서 그 시기가 늦추어진 적은 없다. 원래부터 3월(Maritius)이 첫 번째 달이었고,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다만 다섯 번째 달(Quinctilis)의 이름을 율리우스(Iūlius)으로 바꾸었다. 고대 로마의 다섯 번째 달이 우리에게 '7월'이다.

     

    마찬가지로 '10월'(October)은 고대 로마인들에게 늘 여덟 번째 달이었고, 옥타비아누스로 인해서 그 시기가 늦추어진 적이 없다. 옥타비아누스는 '8월', 즉 여섯 번째 달(Sextilis)의 이름을 자신의 칭호(agnomen)인 아우구스투스(Augustus)로 바꾸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는 다섯번째 달, 여섯 번째 달의 이름만을 바꾸었을 뿐이다. 나머지 달들은 그대로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큰 혼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에서 달 이름으로 쓰는 서수와 한국어의 달 이름이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 것은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가 한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어느 순간부터 마르스 신의 달(Martius) 대신 그보다 두 달 앞서는 시작의 달(Ianuarius)이 한 해의 시작으로 간주되었고, 그레고리력의 순서도 이와 같은 원칙을 따른 것 뿐이다.

     

    그렇다면 '3월' 대신 '1월'이 한 해의 시작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테오도르 몸젠의 책에서 설명된 것처럼 그 이름이 '시작의 달'(Ianuarius)이고, 그 시기가 '한겨울 농한기 이후 밭갈이의 시작'인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분명한 계기는 다음 글에서 언급된다.

     

    "[기원전 154년 히스파니아의 원주민인 루시타니아인과 베토네스인이 히스파니아의 로마 영역으로 진격한 사건에 대해] 로마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집정관을 히스파니아로 파견할 것을 결정했는데, 이는 로마 건국 559년(기원전 195년) 이래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또 신속한 병력 지원을 담당하도록 차기 집정관들로 하여금 법정 취임일보다 무려 석달 반이나 일찍 취임하도록 조치했다. 이것이 이후 집정관 취임일이 3월 15일에서 1월 1일로 앞당겨진 이유이며, 우리가 아직도 사용하는 한 해의 시작이 이렇게 결정되었다."

     

    ― 테오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제4책 (한국어판 제5권), 제1장 〈그락쿠스 시대까지의 복속 지역〉, 두번째 절 '루시타니아 전쟁'.

     

     

    2020.07.25. 새벽.

     

     

    추신:

     

    위의 글에는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가 직접 달의 이름을 바꾼 것처럼 썼는데, 실제로 달의 이름을 바꾼 것은 형식적으로는 모두 원로원에 의한 것이었다.

     

    우선, 카이사르가 태어난 달이었기 때문에 다섯 번째 달(Quinctilis)은 율리우스(Iūlius)이 되었다.

     

    다음으로,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안토니우스를 진압하고 로마 내전을 종결한 위대한 승리가 기원전 31년의 여섯 번째 달(Sextilis)이었기 때문에 이 달이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되었다. 4세기 말 5세기 초 마크로비우스[Macrobius, Saturnalia 1.12.35]가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는 기원전 8년 원로원 결의(senatus consultum)에 의한 것이며["Year of Julius Caesar, A Dictionary of Greek and Roman Antiquities (1890), William Smith, LLD, William Wayte, G. E. Marindin, Ed".], 수에토니우스의 기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허진모,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제2권, 51쪽]. 그에 앞서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얻은 것은 기원전 27년의 일로[Eck, Werner; The Age of Augustus (2003), 50.], 이는 존엄한 자(the illustrious one)라는 뜻이다.

     

    이상의 사실은 영문 위키백과의 August, Augustus 등의 문서를 참고하면서 작성하였는데 인용된 출처를 모두 옮겼다. 그 이외에 허진모 작가의 책을 인용한 부분은 직접 참고하였다.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라는 호칭을 얻은 것과 8월(여섯 번째 달)이 아우구스투스로 바뀐 것 모두 그의 승리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그가 로마 내전을 종결한 사건 자체가 로마 원로원에게 있어서 존엄한 승리였기 때문에 그 일을 한 사람을 존엄한 자, 그 일이 벌어진 달은 존엄한 달이라고 불렀던 것이 아닐까? 이 생각이 맞다면 'August'라는 달이 'Augustus'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August'와 'Augustus'가 서로 같은 것을 기념하는 이름이라는 것이 된다.

     

     

    2020.10.14.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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