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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수학, 구멍을 메꾸면서 나아가기수학 교육 2022. 1. 9. 23:48
몇 개월 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수학 과외 교습을 하고 있다. 2학년 1학기 말부터 맡아서 올해로 3학년이 되는 학생이다. 내가 맡기 전까지 선행 학습은 커녕 수학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는 학생이었다. 학생을 처음 만났을 때, 학생의 상황을 보호자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학생이 지금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예요. 연립방정식을 풀 줄 알고, 가감법으로 풀어야 할지 대입법으로 풀어야 할지 정해서 푼다는 건 학생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분수의 연산과 음수의 연산을 못 한다는 거예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1학년 때 놓쳤던 거죠."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 때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지는데, 학생은 이 시기에 학교에서 방치되는 바람에 많은 것을 놓쳤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문제집을 사서 분수의 연산부터 시켜야 할까?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학생은 많은 부분을 놓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뒤쳐진 것은 아니었다. 수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했고 지금 학교에서 하는 수업 진도를 따라 가려고 하는 학생이었다. 길을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보다는 구멍이 나타날 때마다 메꾸면서 나아가는 것이 이 학생에게 더 맞는 방법이었다. 즉, 학생이 연립방정식 문제를 풀이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분수의 연산을 못해서 문제를 못 풀고 있는 걸 발견하면 그때 분수의 연산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게 문제를 풀고, 다음 연립방정식 문제로 넘어간다.
학교 수업에서는 진도를 나가기만 하기 때문에 구멍을 메꾸어주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수업은 학생들이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모두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떤 학생에게는 더 많은 구멍이 있다. 지난 과정의 구멍을 메꾸어주지 않고 진도를 나가는 것에만 급급하니, 계속해서 방치되는 학생은 결국에는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학생은 '아직'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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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21년 6월 20일 일요일에 첫 과외 교습을 했고, 그 뒤로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마다 만나면서 교습을 했다. 2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친 직후부터 3학년 1학기 과정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제야 막 다지기 시작한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영역에 대한 감각을 또 잊어버려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수학은 1학년 1학기, 2학년 1학기, 3학년 1학기 과정이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영역에 속한다.
2학년 2학기가 시작된 뒤로는 학교 수업 진도에 맞추어서 과외 교습을 했다. 학생은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이 1학기에 비해 많이 올랐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2학기 과정은 1학기 과정과는 다른 도형, 확률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2학기 수학을 잘하게 되었다고 해서 1학기 수학도 잘하게 된 것은 아니다. 3학년 1학기 과정은 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직후부터 다시 3학년 1학기 과정 공부를 시작했다. 3학년 1학기 과정을 처음 공부할 때는 순서대로 수와 연산 영역부터 함수 영역까지 공부했지만, 이번에는 가장 어려운 함수 영역부터 공부하고 있다.
문자와 식 영역에 속하는 인수분해, 이차방정식의 풀이를 한 번 같이 공부하기는 했지만 학생이 해당 영역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차함수를 가르치면서 이차방정식의 풀이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나오면 그때 다시 가르치면 된다. 인수분해 공식을 기억하지 못하면 다시 또 유도 과정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된다.
지금까지 x² - (a + b)x + ab의 인수분해를 몇 번이나 설명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예전에 했던 것을 완전히 까먹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번만 다시 설명해주면 학생은 다시 인수분해를 할 줄 아는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인수분해의 모든 것을 매번 다시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학생이 x² - 8x + 16를 인수분해 할 때도 x² - (a + b)x + ab의 인수분해 공식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 공식을 쓰는 법만 설명했기 때문에 다른 공식을 쓰는 법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차식을 보고 어떤 인수분해 공식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지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꽤 훈련이 필요한 일이지만 당장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이번에는 인수분해 문제를 푸는 중이 아니라 이차함수의 x 절편을 구하는 문제를 푸는 중이니까. 오늘의 과외 교습에서 중요한 것은 인수분해의 결과를 이차함수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고, 또 어떤 이차함수 문제를 풀 때 인수분해가 필요하고 어떤 문제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일이었다.
x² - 8x + 16 = 0이라는 이차방정식은 인수분해 결과인 (x - 4)² = 0를 통해 하나의 근 x = 4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f(x) = x² - 8x + 16라는 이차함수에 대해서는, f(x) = (x - 4)²를 통해 이 이차함수가 꼭짓점이 (4, 0)인 포물선이고 꼭짓점에서 x축과 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인수분해를 통해 이차방정식의 근과 이차함수의 x절편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차함수의 꼭짓점 등 다른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ax² + bx + c를 인수분해하는 것보다는 다른 접근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차함수는 f(x) = a(x - p)² + q 형태로 주어졌을 때 꼭짓점의 좌표를 바로 알 수 있다. 이때 꼭짓점은 (p, q)가 된다. 따라서 f(x) = ax² + bx + c로 주어진 이차함수를 f(x) = a(x - p)² + q 형태로 고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자주 나오는데, 이 절차는 상당히 복잡하다. 그런데 2022년 1월 9일 오늘, 처음으로 학생이 이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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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함수 단원 뿐만 아니라 이차방정식 단원에서도 이 절차를 사용하여 이차방정식을 푸는 법을 다룬다. 근의 공식도 이 절차를 바탕으로 유도된다. 지금까지 이 절차를 여러 번 다시 반복해서 설명하고 또 보여주었는데, 학생이 스스로 이것을 해내게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왜 예전에는 못했는데 오늘은 해낸 것일까?
f(x) = a(x - p)² + q 형태로 주어진 식을 f(x) = ax² + bx + c 형태로 고치기는 쉽고, 그 반대는 어렵다. 이번에는 쉬운 것을 먼저 한 뒤 그 과정을 거꾸로 해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f(x) = -(1/3)(x - 3)² + 1를 f(x) = ax² + bx + c 형태로 고치는 과정은 이렇다.
-(1/3)(x - 3)² + 1
= -(1/3)(x² - 6x + 9) + 1
= -(1/3)x² + 2x - 3 + 1
= -(1/3)x² + 2x - 2
학생이 이렇게 계산을 한 뒤 나는 가장 아래의 식만 남기고 윗부분을 가렸다. 그렇게 하고 처음 식을 다시 유도해 보라고 하자 학생은 깜짝 놀랐다. 분명 직접 계산을 했는데 그 과정이 기억나지 않고 이것을 거꾸로 하는 방법도 모르겠다는 걸 느끼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2x의 계수 +2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기억나?"
완전제곱식 (x - 3)²을 전개해서 생긴 괄호 안의 일차항 -6x에 괄호 밖의 -(1/3)을 곱해서 +2x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을 거꾸로 해야 한다. 다시 -6x를 만들고, 다시 완전제곱식을 포함하는 식을 만드는 것이다.
-(1/3)x² + 2x - 2
= -(1/3)(x² - 6x) - 2
첫 두 항을 -(1/3)로 묶으면 괄호 안의 일차항은 -6x이 된다. 다만 x² - 6x는 완전제곱식이 될 수 없다. 완전제곱식이 되려면 x² - 6x에 어떤 상수항을 더해야 한다. x² - 6x에 어떤 수를 더해서 (x - p)²와 같게 할 수 있다면 p의 값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는 학생에게 (x - p)² = x² - 2px + p²이라는 공식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답은 p가 3이어야 하고 이때 x² - 6x + 9이 (x - 3)²과 같다는 것이다.
-(1/3)(x² - 6x) - 2
= -(1/3)(x² - 6x + 9 - 9) - 2
= -(1/3)[(x - 3)² - 9] - 2
= -(1/3)[(x - 3)² + 3 - 2
= -(1/3)[(x - 3)² + 1
이렇게 해서 원래의 식을 복구했다. 예전에 여러 번 설명했던 방식도 이번에 설명한 방식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은 이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학생이 이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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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차함수의 계수가 다른 문자로 표현된 경우, 예를 들어 f(x) = x² - 2(k - 1)x + 4와 같이 주어진 경우에 꼭짓점을 k로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학생은 다른 문자를 포함한 식을 다루는 것을 어려워 하고, 내가 보기에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과외 교습에서 학생과 함께 풀어본 문제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이차함수 f(x) = x² - 2(k - 1)x + 4의 꼭짓점이 x축과 만날 때 양수 k의 값을 구하시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계수에 다른 문자가 있어도 꼭짓점을 계산하는 방법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래서 오늘 여러 번 한 것과 같이 이차함수의 형태를 변형하는 방법으로 계산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는 풀이 과정만을 연습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문제에서 말하고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이해해야 적절한 풀이 방법을 찾아서 선택할 수 있다.
이 문제의 이차함수는 k의 값에 따라 서로 다른 이차함수를 나타낸다. 또 이 문제는 k가 특정한 값일 때는 이 이차함수의 꼭짓점이 x축과 만나고 다른 값일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k의 값을 구하라는 요구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이차함수가 k의 값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저번 주부터 스마트폰에 지오지브라(GeoGebra)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이것을 이용하여 이차함수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학생의 스마트폰에도 지오지브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오지브라를 이용하면 매개변수 k를 정의한 뒤 문제의 이차함수를 입력하여 이것이 k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었다.
그 움직임을 보면, 오히려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드러난다. 이 이차함수는 항상 (0, 4)에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정한 크기의 포물선이다. 사실은 굳이 지오지브라를 이용하지 않아도 이러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이차함수는 이차항이 x²이기 때문에 y = x²라는 함수를 평행하게 이동한 것과 같고, 상수항이 4이기 때문에 항상 (0, 4)를 지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오지브라를 이용하여 움직임을 보기 전에는 이러한 사실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은 지오지브라에서 k의 값을 바꾸면서 k = -1 또는 k = 3일 때 이차함수의 꼭짓점이 x축과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가 양수라는 조건이 있으므로 답은 3이다. 이렇게 답을 먼저 알아낸 뒤에 나는 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풀이를 생각해 보았다.
문제의 함수는 y = x²를 평행하게 이동한 것이다. 이 함수가 x축과 만난다는 것을 x축 방향으로만 평행하게 이동했다는 뜻이고 y = (x - p)² 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주어진 식과 비교하면, f(x) = x² - 2(k - 1)x + 4이므로 상수항 p²이 4와 같게 된다. 즉, p는 2 또는 -2이다. 일차항을 비교하면 p = 2일 때 k = 3이고 p = -2일 때 k = -1이 된다.
이런 풀이가 바로 '수학 잘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이다. 문제에서 말하는 상황을 먼저 이해한 뒤, 문제의 조건을 분석하여 최대한 적은 계산으로 답을 구할 수 있는 풀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늘 이런 풀이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험을 치를 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계산부터 시작하는 풀이에서 더 답을 빠르게 구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다음 주 수업에서도 이 이차함수의 꼭짓점부터 계산해서 푸는 방법을 알려줄 생각이다. 시험에서는 그런 풀이가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험에서는 지오지브라를 이용할 수 없고 사실 생각을 깊게 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수학을 이렇게 가르칠 생각이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은 절차적인 계산에서 혼동이 잦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계산 위주의 훈련만 시켜서는 안 된다. 계산만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계산을 해야 하고 왜 그렇게 계산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정말로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 푸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그 수학 문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먼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2.01.09
독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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