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함수로부터 이차방정식 가르치기
중학교 3학년 1학기 과정에서는 문자와 식 영역에 속하는 이차방정식을 먼저 다룬 뒤 함수 영역에 속하는 이차함수를 다루고 있다.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수학적 대상이기 때문에, 이차함수 문제를 풀 때 자연스럽게 이차방정식 개념을 복습하게 된다. 반대로 이차함수 개념을 배운 뒤 이차방정식 문제를 보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다음 두 예제는 각각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 단원에 속해 서로 다른 개념을 묻고 있지만, 계산 과정과 답은 같다.
ⓐ 이차방정식 x² - kx + 3k = 0이 중근을 가질 때, 실수 k의 값을 모두 구하여라.
ⓑ 이차함수 y = x² - kx + 3k의 그래프의 꼭짓점이 x축 위에 있을 때, 실수 k의 값을 모두 구하여라.
이차방정식이 '중근'을 가진다는 것을 이차함수의 맥락에서는 '꼭짓점이 x축 위에 있다'는 것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르칠 때에도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 개념의 연결 고리를 포착한 뒤, 이것이 문제 풀이 경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이차함수 문제를 이차방정식 문제로 바꾸어 생각하고, 또 이차방정식 문제를 이차함수 문제로 바꾸어서 생각하는 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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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에 공개한 글 〈중학교 수학, 구멍을 메꾸면서 나아가기〉에서 이야기했던 중학교 2학년 학생도 기회만 되면 이런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다. 지금은 이차함수를 공부하다가 다시 이차방정식을 공부하기 시작한 상황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차함수를 전혀 모를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3학년 1학기 과정을 처음 가르친 것은 2학년 1학기가 끝난 직후 여름 방학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개념을 완전히 익히기는 부족했다. 처음 공부할 때는 시켜서 해내는 것보다 내가 풀이를 알려주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학기 중에는 학교 진도를 따라가느라 3학년 1학기 과정을 공부할 수 없었다. 이번 겨울에 3학년 1학기 과정을 다시 시작할 때는 이차함수부터 공부하기 시작해서 전보다 충실하게 학습을 했고, 도중에 다시 이차방정식 단원으로 돌아왔다.
1월 17일 월요일에 준 숙제를 20일 목요일에 확인했다. 이차방정식 영역의 문제들이었는데 학생이 풀지 못한 문제가 꽤 많았다. 그 중에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다음 이차방정식 중 중근을 갖는 것은?
① (x + 2)² = 16
② x² + 7x = 0
③ x² + 3x - 4 = 0
④ (x + 6)² - 25 = 0
⑤ (x + 1)(x - 1) = 2x - 2
학생은 이차방정식의 '중근'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정말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근'도 제대로 안 가르쳤다고? 그것도 모르면서 지금까지 이차함수를 공부하고 있었다고?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완전히 민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여름에 학생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문제 풀이를 많이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문제를 푸는 수밖에. 게다가 이 문제는 이차방정식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설명하기에 굉장히 좋은 문제였다.
나는 위 문제에서 보기 ①과 ④는 답이 아니라고 말해준 뒤, 그 이유를 알겠냐고 물었다. '중근'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보기 ①과 ④는 계산을 하지 않고도 식의 형태만 보면 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은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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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식을 제곱한 식을 완전제곱식이라고 한다. 완전제곱식이 0과 같은 이차방정식만 중근을 가진다. 즉, 등식의 한쪽을 (x - p)²과 같은 완전제곱식으로 나타내었을 때 다른 쪽이 0이면 중근을 가진다. 보기 ①에서는 다른 쪽이 16이고, 보기 ④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하면 (x + 6)² = 25가 된다. 따라서 보기 ①과 ④는 답이 아니다. 계산을 하지 않고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이와 같이 개념으로부터 저절로 풀이를 도출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겠으나, 확인한 것처럼 학생은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학생은 얼마 전까지 이차함수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이차방정식일 때는 몰랐던 것들을 이차함수로 변형하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보기 ④의 이차방정식에서 0을 y로 바꾸면 이차함수가 된다. x는 구해야 할 미지수가 아니라 변수가 된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이차함수 y = (x + 6)² - 25를 그릴 수 있겠어?"
이것은 쉬운 문제였다. 이차함수를 처음 배울 때 익히는 것이 바로 이차함수의 평행이동이다. 위의 이차함수는 꼭짓점이 원점인 이차함수 y = x²를 평행하게 이동하여 얻을 수 있다. 어떤 이차함수를 x 방향으로 p만큼 이동하는 방법은 x 대신에 (x - p)를 대입하는 것이다. p = - 6과 같이 음수인 경우는 - x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y에도 (y - q)를 대입하여 y 방향으로 q만큼 이동한 이차함수를 얻을 수 있다. q = - 25라면 - y 방향으로 25만큼 이동한 것이다.
x에 (x + 6)을 대입하여 왼쪽으로 6만큼 평행이동: y = (x + 6)²
y에 (y + 25)를 대입하여 아래로 25만큼 평행이동: y + 25 = (x + 6)²
따라서 y = (x + 6)² - 25는 꼭짓점이 (- 6, - 25)이 되도록 y = x²를 평행하게 이동하여 만들어진 함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평행이동 형식으로 주어지는 이차함수는 꼭짓점과 모양에 대한 정보가 식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차함수를 그리라고 한 것도 꼭짓점 근처에서의 모양을 먼저 그리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학생은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래프는 꼭짓점이 x축보다 아래에 있고 위로 오목한 모양이다. 그래프가 x축과 두 개의 점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이 사실이 바로 원래의 이차방정식이 중근을 갖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좌표계의 x축은 y의 값이 0인 점들로 이루어진 선이다. 즉, y = 0이라는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직선이다. 이차함수와 직선 y = 0의 교점을 구하려면 이차함수에 y = 0을 대입하면 된다. 보기 ④에서 0을 y로 바꾸어 만든 이차함수였으니, 다시 y에 0를 대입하면 처음의 이차방정식이 나오는 것이다. 이차함수와 x축의 교점이 두 개라면, y에 0을 대입한 이차방정식도 두 개의 근을 가진다. 즉, 중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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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통해 이차방정식이 중근을 갖게 하기 위한 조건도 설명할 수 있었다. 보기 ④에서 - 25라는 항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방식으로 이차함수를 만들었을 때 꼭짓점은 (- 6, 0)이 될 것이다. 그러한 이차함수 y = (x + 6)²는 x축과 한 점에서만 만나게 된다. 그 접점은 (- 6, 0)이다. 이는 (x + 6)² = 0이라는 이차방정식이 중근을 가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고, 그 값은 x = - 6이다.
보기 ①도 같은 방식으로 이차함수 문제로 바꾼 뒤 이차방정식이 중근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x - p)² = 0인 이차방정식이 중근을 가진다는 사실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학생이 이차함수를 배우기 전 처음 이차방정식을 공부할 때도 나는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수학적 진술이라고 해도 난관은 추상성에 있다. 추상적인 진술이 구체적인 문제 상황 속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듣거나 읽어도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기억력이 나빠서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억 속에 없는 것이다.
완전제곱 형식의 이차방정식을 직접 풀이하는 과정 속에서도 추상적인 진술의 의미를 깨닫게 될 수 있다. 보기 ④의 이차방정식을 직접 풀이하는 과정은 이렇다.
(x + 6)² - 25 = 0
(x + 6)² = 25
x + 6 = ± 5
x = - 6 ± 5
x = - 11 또는 - 1
학생이 계산을 할 때는 주어진 식을 지우지 말고, 새로운 식을 꼭 아래에 덧붙여 쓰라고 늘 말하고 있다. 계산을 한 후에도 답을 찾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계산 과정을 검토하며 그 의미를 생각하도록 한다. 근이 두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제곱해서 25가 되는 수가 5와 - 5로 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 25라는 항이 없을 때는 어떻게 될까?
(x + 6)² = 0
x + 6 = ± 0
x = - 6 ± 0
이항할 항이 없으면 우변은 그대로 0이다. 제곱을 풀어도 0인데, 굳이 ± 0이라고 쓴 것은 이 자리에 원래 ± 5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답은 x = - 6 ± 0이 된다. 즉, 중근이다. 근이 하나인 이유는 제곱해서 0이 되는 수가 0으로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제곱식이 양수일 때 두 개의 근을 가지고, 완전제곱식이 0일 때 중근을 가진다는 것을 계산 과정 속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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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답은 ⑤이다. 식을 정리하여 완전제곱식이 0과 같은 형태로 만들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보기 ②와 ③은 인수분해를 통해 해를 구할 수 있는 형태의 이차방정식이다. 이번에는 인수분해로 푸는 방법만 다시 확인하고 넘어갔다. 보기 ②를 인수분해 형식으로 쓰면 x(x + 7) = 0가 되고, 보기 ③은 (x + 4)(x - 1) = 0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개의 근을 직접 구해서 서로 값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더 이상 부언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보기 ②와 ③도 이차함수 문제로 바꾸어서 x 절편을 알고 있는 이차함수를 그리는 문제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직 이차함수 단원에서 그런 종류의 문제를 공부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보기 ①과 ④는 '합차 공식'을 이용하여 인수분해하는 것도 가능한데, 바로 다음 23일 일요일 수업에 비슷한 형태의 식을 발견해서 합차 공식으로 인수분해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 문제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당장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것도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가 생긴다. 한꺼번에 많은 지식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보다는, 학생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조금씩 경험과 지식을 확장하면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것이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다.
2022.01.25
독륜